등록일: 2009-01-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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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만원 절약' 렌터카족 증가세
최재성 기자 scblog.chosun.com/kkachi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월세 단칸방에 살아도 차는 굴려야 한다는 시절이다. 기동력이 중시되는 사회라 그렇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의식주 못지않은 생활의 기본요소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데 시류에 역행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일명 '렌터카족'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심각한 경기 침체가 빚어낸 경향이다.
회사원 김동훈씨(44)는 얼마 전 바꾼 지 2년밖에 안 된 '애마'를 큰맘 먹고 팔아버렸다. "자동차요? 돈 먹는 기계 아닙니까. 기름 넣어야죠, 보험료 세금 내야죠, 주차비 내야죠, 가끔 딱지 날아오죠.... 거기다 수리비까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줄잡아 연간 오륙백은 먹을 겁니다."
연간 500만~600만원. 김씨가 큰맘을 먹은 결정적인 이유다. 물가 올라, 보너스 잘려, 요즘 같이 살기 어려운 시절에 월 50만원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최근 '렌터카족'으로 돌아선 회사 동료 얘기 듣고 선뜻 결론을 내렸다. "까짓 조금만 불편하면 되지, 뭐." 대신 동료의 추천대로 출퇴근은 지하철로 하고, 자동차가 필요할 때는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자동차가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더니 정작 렌터카를 써야 할 일들을 꼽아 보니 생각만큼 많지가 않았다. 명절 두 차례, 휴가 두 차례, 집안 대소사, 연간 몇 차례 나가는 골프 ,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외식을 겸해 하던 근교 나들이.... 휴가나 명절을 빼고는 주로 당일치기라 비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보통 중형차 한 대 굴리는 데 연간 700만원 정도 든다고 보고 있다. 보험료 100만원, 세금 30만원, 기름 값 300만원(월 20만~30만원), 주차비 50만원. 여기에 고장이나 딱지로 인한 뜻밖의 지출에다 감가상각비까지 생각해야 한다.
동급 렌터카는 24시간 기준으로 대략 9만원 정도 든다. 한데 회원가입을 하고 인터넷
으로 예약하면 20~30% 가량 할인 받을 수 있고, 우수회원으로 인정되면 40%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결국 하루 6만~7만원 정도다. 따라서 이런저런 볼일 다 봐도 연료비 포함해 연간 3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김씨의 계산이다.
출퇴근 대중교통비 60만원에 가끔 택시를 이용한다 치더라도 줄잡아 연간 300만원은 절약이 되는 셈이다. 또 움직이는 거리, 모임이나 나들이의 성격, 만나는 상대 등에 맞춰 차량의 종류와 색깔을 고를 수 있다는 점, 기분에 따라 다양한 차를 타볼 수 있다는 점 등도 렌터카의 매력이다.
김씨는 "렌터카족이 된 지 7개월 정도 된 동료는 평소 타보고 싶었던 차를 다 몰아봤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차 얘기만 나오면 군대 얘기만큼이나 다양하다"면서 "나도 설날을 앞두고 평소 맘에 담고 있던 차를 타 보기로 하고 이미 예약을 해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기도 분당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이영석씨(51)는 가게가 집에서 가까워 운동 삼아 자전거로 출퇴근하다 최근 차를 처분했다. 굴리는 날보다 세워 두는 날이 훨씬 많은 차가 보험료와 세금만 꼬박꼬박 먹는 게 영 못마땅하던 터에 불경기로 식당 매출까지 뚝 떨어지자 미련없이 정리했다. 급할 때 렌터카를 쓰기로 하고.
금호렌터카 마케팅팀의 이유진씨는 "렌터카의 경우 경기가 어려울수록 인기가 높아진다. 금호렌터카도 IMF 때 마이카족들이 렌터카족으로 이동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면서 "지금도 그와 유사한 시기인데 렌터카가 워낙 많이 보급되어 종전과 같은 급성장세는 아니지만 모든 기업의 매출이 급감하는 추세와는 여전히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경기가 나쁘면 외출이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매출이 떨어지지 않는 건 새로운 렌트카족이 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렌터카족들은 일정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또는 궂은 날씨에 움직여야 할 때는 '내차' 생각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동훈씨는 이 또한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큰소리다. "사람이 살다 보면 돌발적인 일이 생기죠. 하지만 그게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 그리고 요즘은 콜택시 제도가 잘 돼 있어 전화만 하면 몇 분 내로 아파트 현관 앞까지 와 주니 걱정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 학원 두어 군데 더 보낼 수 있는 돈이 떨어지는데 그 정도 불편이야 기쁜 마음으로 감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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